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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lanta Joongang > Blog > Opinion > [이종원의 커뮤니티 광장] 말이 총이 될 때
Opinion

[이종원의 커뮤니티 광장] 말이 총이 될 때

atlantajoongang
Last updated: May 27, 2026 11:38 am
atlantajoongang
Published: May 2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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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끝났다. 그러나 증오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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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증오범죄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난 지금, 아시아계·태평양계(AAPI)를 겨냥한 증오범죄는 팬데믹 이전보다 여전히 세 배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스톱 AAPI 헤이트의 2025년 전국 조사에 따르면 AAPI 성인 약 절반이 인종이나 민족, 국적을 이유로 한 증오 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숫자는 냉정하다. 그러나 숫자 뒤에 있는 장면들은 더 냉정하다.

캘리최부동산

캘리포니아의 한 패스트푸드점. 한인 여성이 낯선 여성에게 밀쳤다. 가해자가 내뱉은 말은 이랬다. “트럼프가 약속한 대로 너를 추방하기를 기다릴 수 없다.” 미국 시민권자인 태평양계 남성은 온라인에서 협박을 받았다. “ICE에 신고하겠다. 서류를 준비하라.” 그는 불법 체류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외모가 판결이었다.

이것이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유은희부동산

증오는 진공 속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언어에서 자란다. 특정 집단에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을 반복하고, 마침내 그 이름이 위협의 언어로 굳어지는 과정. “중국 바이러스”, “우한 독감”, “쿵 플루”라는 표현이 팬데믹 시기 반아시안 폭력의 서막이었다면, 지금은 “노트북을 든 갱스터”, “지옥 같은 나라에서 온 이민자”라는 언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말이 달라졌지만 구조는 같다. 특정 집단을 위험으로 규정하고, 그 규정이 폭력을 정당화하는 심리적 허가증이 된다.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AJC)의 존 양 회장은 “정치적 언어가 실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이미 경험했다”고 말했다. 2021년 애틀랜타 스파 총격으로 아시아계 여성 6명이 숨졌다. 같은 해 인디애나폴리스 페덱스 총격으로 시크계 미국인 4명이 사망했다. 9·11 직후에는 달라스에서 방글라데시계 무슬림이 총격을 당하고, 힌두교도와 무슬림이 살해됐다. 2023년 10월 7일 이후에는 일리노이주에서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가족이 공격받아 6세 소년이 목숨을 잃었다. 국제 분쟁이 벌어질 때마다, 정치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그 분노는 어김없이 미국 내 소수계 커뮤니티로 향했다.

UNI파이낸셜

말이 총이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더 깊은 문제는 증오 그 자체보다 증오에 맞서는 체계의 붕괴에 있다.

피해자 가운데 공식 기관에 신고한 비율은 22%에 불과하다. 신고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가장 큰 이유다. 법 집행기관이 이민 단속기관(ICE)과 협력하는 지역에서는 “신고했다가 이민 단속망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더 크다. 피해자가 피해를 신고하는 행위 자체가 또 다른 위험이 되는 역설. 보호받아야 할 사람이 국가 기관을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법정에서도 증오는 좀처럼 증오로 인정받지 못한다. 경찰관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이 인종주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사들은 편견 동기를 입증하는 기준이 너무 높아 상대적으로 쉬운 혐의만 적용하려 한다. 시크교도 피해의 경우 터번이 신앙의 상징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찰이 증오범죄 가능성을 놓친다. 제도가 증오를 다루는 언어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 사이 연방정부는 증오범죄 예방 보조금을 중간에 취소하고, 소셜미디어 기업의 혐오 콘텐츠 관리 노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압박하고 있다. 법은 있다. 그러나 법을 작동시키는 의지는 후퇴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한국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낯설지 않다. 재미 한인은 AAPI 커뮤니티의 일부다. 캘리포니아의 한인 여성이 패스트푸드점에서 밀쳤던 그 사건은 추상적 통계가 아니다. 그리고 미국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한국 사회 역시 외국인 혐오와 특정 집단을 향한 배타적 언어가 어떻게 확산되고, 어떻게 일상 속 폭력으로 이어지는지를 목격하고 있다. 정치적 언어가 특정 집단을 위험으로 규정할 때, 그 언어는 사회적 허가증이 된다. 누군가에게 “돌아가라”고 말하는 것, 누군가를 범죄자처럼 묘사하는 것, 누군가의 충성심을 의심하는 것. 이것들은 단순한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그것은 폭력의 예비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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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에 따르면 AAPI 성인의 67%는 여전히 형평성과 정의를 증진하는 일에 동기를 느낀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 저항 행동이나 시민 참여율은 2023년 74%에서 2025년 56%로 떨어졌다. 증오를 경험한 사람들이 공적 삶에서 물러나고 있다. 두려움이 참여를 삼키고 있다.

스톱 AAPI 헤이트의 스테파니 장 디렉터는 말했다. “지금은 오히려 더 많은 참여가 필요한 시기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참여를 독려하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한다. 참여가 위험이 되는 사회에서 참여를 요구하는 것이 정당한가. 신고가 추방의 빌미가 될 수 있는 구조에서 신고를 촉구하는 것이 공정한가.

증오범죄는 개별 폭력이 아니다. 그것은 특정 집단이 이 사회에서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그 질문에 사회가 어떻게 답하느냐가, 민주주의의 실질을 결정한다.

말이 총이 될 수 있다면, 말이 방패가 될 수도 있어야 한다. 그 방패를 만드는 것은 법이 아니라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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